회사에서 떨어져 혼자 외근을 나와 있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위해 다수의 회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나와 있는데, 사실 무언가 가닥이 잡힐 때까지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성을 위해 나와 있지만, 딱히 그 효율성이라는게 올라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회사에서는 아무도 해본 적이 없는지라, 뒤에서는 유 경험자를 구하느라 난리고, 나는 여기서 맨땅에 헤딩해가며 유 경험자라는 그 어중간하게 비슷한 존재가 되어 가고 있다.
사실 회사에 들어와서 실제 내가 생각했던 어떤 일은 항상 저 멀리에 어딘가에 있었고, 나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생각하고 떠오른 아이디어들을 시간에 쫓기며 정리해 제안서같은 문서를 만드는데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 항상 머릿속에 생각은..
"원래 하고 싶었던 것은 이게 아닌데", "그래도 이번 일은 마치고.."
혹은 "아니야.. 혹시 첫단추를 잘못 끼운다는게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어설픈 고민들이다.
뭐.. 제안하기 위해 만드는 워드프로세싱 작업도 그닥 나쁜 것만은 아니다. 잘 뜯어 보면 꽤 반반한 말이기도 하다. "워드프로세싱" 스스로의 생각으로는 "코딩" 이란 단어보다는 나은 듯하다. 표현이야 어찌됐든 우리가 말을 하건, 그것은 글로 쓰건, 그것을 기계가 이해하건, 사람이 이해하건, 결국 모두가 모여 무언가를 유기적 혹은 구조적으로 구성하고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하나의 작업이 아닌가.. 나는 필요한 부분에 맞추어 그럭저럭 잘 돌아가는 서비스 프로그램이 된 것이다.
어찌됐건, 혼자 맨땅에 헤딩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 뒤에서는 사람을 열심히 찾고 있다. 그래서 이력서를 많이 보게 되었는데 개인적인 선입견 :( 을 가지고 몇 가지 형태로 분류할 수 있었다.
1. 기술 이름들은 늘어 놓았지만,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지 이해조차 못하고 있는 내용.
2. 연봉을 높이기 위해 점프 뛰고 있는 내용.
3. 기술에 집착하는 내용.4. 연봉에 집착하는 내용.
5. 경험사항만 적은 목록.
가만히 들여다 보니 나는 1번이었던거 같았다. :)
세상엔 많은 기술들이 있다. 또 그런 기술을 만드는 사람들도 있고, 그런 기술들을 쫓아다니는 사람도 있고, 그것에 무심한 사람도 있고, 필요지향적인 관점에서 그것들을 바라보고 이용하는 사람도 있고, 그것이 종교가 되는 사람들도 있다. "장군"을 두어 적장을 잡으면 끝나는 룰은 변하지 않는데, 그 와중에 내 장기말들의 행동 패턴은 계속 바뀌고, 사라지고, 새로 만들어진다. 그 와중에서도 우직히 뚫고 나갈 수 있는 정공법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것이 나의 검이 될지, 혹은 나를 구속하게 될 사슬이 될지 이 모든게 조금 슬프기까지 하다.
뭐 결론은 당분간의 복합 사무기기 역활도 나쁘지 않다는 것.
언제는 아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