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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6. 27. 23:06
눈 오던 그때,
강원도는 춥다. 더우기 산으로 둘러쌓여
하루 일조량이 적은 그 곳은 유달리 더 추웠다.
토요일 저녁이면, 일직사관에게 신고를 하고, 또 일직사령에게 신고
를 하고, 눈이 오건 비가 오건 교회로 내달렸다.
들어서면 세월만큼 묵은 먼지냄새가 자욱한 그 곳
불을 밝히고 앉아서 잠시 건성으로 보일 듯이 기도를 한 후
교회 뒷편에 나가 털이 다 빠져 힘없는 대걸레를
수돗가에서 척척 빨아 한 주의 먼지를 닦아냈다.

그래도, 난 그 곳에 있다는게 즐거웠다.
내게 기도할만한 마음이 없었고, 스러진 환경을 탓하며,
묵은 먼지냄새를 맡았어도.
난 행복했었다.

그 시간의 묵묵함이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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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6. 27. 23:05
겨울이었을까.

나는 동갑내기 친척과 어느 시장골목에서 병원으로 가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기억이 나지를 않았다.

어젯밤은 동갑내기 친척의 친구 집에서 놀다가 잠이 든것 같았다.
친구 집이었을까? 외할머니가 날 찾지 않으신걸 보면, 아마도 그건
아니었겠다.

어머니는 고대병원에 깁스를 한채 누워계셨다. 더도 덜도
기억이 나지를 않았다.

겨울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늦은 밤, 빵이 먹고 싶다고 했다.
어머니는 집 앞 가게로 빵을 사러 나가셨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도
오지 않으셨다.

나는 계속 집에 있었는지, 아니면 어머니가 오시지 않아 나가보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머니는 비탈에 앉아계셨다. 그리고 일어나지 못하셨다.
사람들이.. 어머니 주위에 몰려들었다.

그 날밤 난 혼자 집에서 잠이 들었던 것 같다.
난 울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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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6. 27. 23:05
예전에 신림에 살았을때, 갓 나은 새끼 고양이를 본 적이 있었다.
앞 집에 사는 아이가 주었는데, 어미가 없었다.

어쩌다 그렇게 버려졌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정말 작았다.

갓 태어난 아기를 보는 느낌보다 더 두근거렸다. 조그만 상자에
휴지를 넣고 그 위에서 짧게 숨을 쉬는 고양이는 결국, 우리 집에서 식은 우유를 먹으며, 몇시간을 머물다, 다시 원 주인에게로 돌아갔고 하루도 못되 죽었다는 이야기를 다음 날 들었다.

새벽녘에 핸드폰에 새끼 강아지를 주었다는 문자가 찍혔다.
반쯤 읽다가 다시 잠이 들었는데, 꿈에서 난 그 신림동 집에
살고 있었다. 그러나 고양이는 거기 없었다.

가끔 그립지만,
꿈에서 내가 키웠던 작은 놈들은 종종 돌아오지 않는다.

그들은 내가 그립지 않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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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6. 27. 23:00
모든 것에는 이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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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6. 27. 22:57
연(緣)이 어디선가 닿고,
어디선가 끊어질때마다,

그렇게 멀리 방황하고 다시 돌아올때마다,
늘 같은 자리에 난 서있었다고 생각할때마다,

결국 내가 걸어온건 긴 원주(圓周)였고,
그게 마치 나무의 나이테처럼 그렇게 커져 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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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6. 27. 22:55
이 정도 가는 걸음이면
닿겠다 싶어 가는 때엔

꼭 되짚어 건너야 하는 길이
나를 가로 막아

이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그렇게라도 가서 풀어내야하는 내 마음을

아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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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6. 27. 22:34
[]

5센트 5개의 무게
벌새 한 마리의 무게
초코렛 바 한개

한 사람이 일생을 통해 겪게 되는 고통의 무게는 모두 얼마일까..

누군가는 우리는 삶을 통해 몇 번의 죽음, 태어남을 겪는다.

내가 낯설게 느껴지는 때,

이 삶은 모든 것을 쉽게 판단한다.

하지만, 우리가 직접 겪게 되면, 그 경계는 사라진다. 타인에겐 쉬운 듯한 일이 나에겐 너무 버거운 짐처럼 느껴지는 것도, 우리의 불완전함은 우리 자신 스스로에게는 쉽게 답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심장이식을 받고, 자신의 삶을 뒤로하고, 자신에게 심장을 준 사람에 대해 조사하러 다니는 폴에게 그의 아내 메리가 묻는다.

"이러는 이유가 뭐예요?"

"메리, 지금의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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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6. 27. 22:20
[]
내일 전쟁터에서 나를 생각하고 네 무딘 칼을 떨어뜨려라. 내일 전쟁터에서 내가 살아있었을 때의 모습을 생각하고, 네 녹슨 칼을 떨어뜨려라. 내일 내가 네 영혼을 무겁게 짓누르리라.”

- "리처드 3세"  중..

내일 전쟁터에서 나를 생각하라.

- 하비에르 마리아스

2년전, 내게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다고 자조하던 그때에,

나는 닥치는대로 책을 읽어대기 시작했었다. 그건 오기에 가까운 것이었음에도, 그런 습관을 즐기던 때가 있었다. 내용은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죽음으로 시작해, 죽음에서 끝나는 소설이었다. 추리소설과 같이 시작해서, 닫히지 않은 결말로 끝났다. 기억에 남는 것은, 그 배경이다. 어둡고, 비가 막 내린 직후의 빈거리, 가로등 불빛이 막 내린 빗물에 비친 그런 곳. 뜬금없는 제목과 이 소설의 의식이 무슨 연관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고, 읽는내내 몇 번이고 덮어버릴 생각을 가지고 행간을 쓸어갔지만, 그 제목만은 정말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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